[이 기사는 2024년 4월 11일 07:00 포춘코리아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 문상덕 기자
THE HOUSE OF IMPACT혁신 뒤엔 언제나 모임이 있었다. 일론 머스크, 피터 틸 등이 속한 ‘페이팔 마피아’가 실리콘밸리 창업 생태계를 일궜고, 이해진, 김범수 등 삼성SDS 출신들이 한국 인터넷기업 역사를 시작했다. 혁신을 만드는 모임, HOUSE들의 삶과 철학을 만난다.
BC, Before ChatGPT. 이때 이준표와 창업자들은 뜻을 모았다. 이제 이들은 챗봇 다음의 AI 서비스, 사람의 미래를 고민한다. 한국의 1세대 벤처투자사, SBVA의 ‘홈커밍데이’를 함께했다.문상덕 기자 mosadu@fortunekorea.co.kr 사진 강태훈
창업자는 돈을 가려 받고 싶어 한다. 좋은 돈은 액면가 이상의 역할을 한다. 당장 “주변 시선부터 달라진다(최원익 딥카디오 대표)”고 창업자들은 말한다.
SBVA는 긴 시간 창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창업자가 가장 선호하는 벤처캐피털’ 순위에서 매해 수위를 다퉈왔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트렌드 리포트’ 2017~2023년 집계) 2000년 소프트뱅크그룹 산하 창업투자사로 시작한 SBVA는 루닛, 당근, 아이유노, 하이퍼커넥트 등의 기업을 초기에 발굴하면서 평판을 쌓아왔다. 현재 2조5000억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2023년 6월 손정의 회장의 동생 손태장 미슬토 회장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사명을 ‘소프트뱅크벤처스아시아’에서 SBVA로 바꿨다. 소프트뱅크그룹은 SBVA 펀드 주요 출자자로 함께한다.
숱하게 AI를 강조한 손정의 회장의 투자 철학은 여전히 SBVA의 강력한 자산이다. 2001년부터 소프트웨어 개발사를 여럿 창업했던 이준표 대표는 손 회장의 철학에 따라 투자받았다. 그 인연으로 2015년 SBVA에 합류, 2018년엔 문규학 비전펀드 파트너에 이어 대표직을 맡았다. 그는 토모큐브, 보이저엑스, 딥카디오, 임프리메드 등 AI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 기업을 발굴해 왔다. 남세동 보이저엑스 대표는 “JP(이준표) 님과 저는 (딥러닝 기술이 나올 무렵부터) AI에 몸이 달아 있었다”고 돌이켰다. 박용근 토모큐브 대표는 그 덕에 AI를 활용한 기회를 포착했다고 말했다.
SBVA로 다시 시작하는 이준표 대표, 그리고 스케일 업에 나선 이들 창업자는 챗봇 다음의 AI 서비스에 대해 깊게 탐구했다. 그 가운데는 한국 테크기업이 어떻게 살아남을지, 또 개개인은 어떻게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들이 있었다. 남세동 대표는 “(한국형 LLM으로 빅테크와 맞서는 건) 한국 스타트업이 화성에 가장 먼저 가는 일과 같다”고 설명했다.
Q 임프리메드는 미국 회사인데, SBVA가 투자 라운드를 리딩했습니다.
이준표 임프리메드 창업 직전 임성원 대표를 처음 만났어요. 임 대표가 시드 투자를 유치하고 있었는데, 그 당시 SBVA에는 시드 단계에 투자할 수 있는 펀드가 없어서 개인적으로라도 하고 싶었지만 이해 충돌 문제가 있어서 못 했습니다. 한국에서 투자를 받게 된 게, AI가 잘 작동하려면 데이터를 잘 확보하고 임상을 가야 하는데, 미국보다 한국 환경이 좋았다고 했어요.
구자민 맞습니다. 한국이 임상시험 전 세계 1위라고 하는데, 그만큼 의료 데이터를 잘 구축하고 있어요. 그리고 저희가 사업하면서 미국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의 350만 명 환자 데이터에 접근해서 데이터를 분석하고 AI모델을 만들어 봤어요. 또 서울대병원과 서울성모병원 데이터를 받아서 모델을 만들어 봤는데, 마이 클리닉이 좀 더 포괄적으로 다양한 케이스를 다뤘다고 한다면, 국내 병원들은 데이터에 결측치 없이 꼼꼼하게 환자 데이터를 갖고 있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저희가 미국에서는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사업하고 있는데, 사람으로 확장한다고 할 때 국내 병원과 협업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한국 투자를 받게 됐습니다.
이준표 저는 환자들이 다양한 항암제를 써보면서 맞춰가는지 몰랐어요. 과정이 고통스럽죠. 이걸 사람에게 적용하면 병원에서는 표준 프로세스가 되지 않을까, 말씀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구자민 말씀하신 것처럼 반려동물이 혈액암을 진단받으면 임프리메드로 항암 치료 반응을 예측해 보고 치료제를 결정한다, 이게 루틴이 되고 있어요. 이걸 전 세계에 퍼뜨리려고 합니다.